한옥을 떠올리면 가장 먼저 기와지붕과 처마의 아름다운 곡선이 생각납니다. 하지만 이러한 지붕을 오랫동안 안전하게 유지하는 데에는 눈에 잘 보이지 않는 다양한 구조 부재가 숨어 있습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장여입니다.
장여는 일반인에게는 다소 생소한 이름이지만, 전통 한옥에서는 지붕 하중을 안정적으로 분산시키고 도리를 견고하게 받쳐주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한옥 장여란 무엇인지, 어떤 역할을 하는지, 그리고 도리와의 차이점까지 쉽게 알아보겠습니다.

장여란 무엇인가?
장여는 도리 바로 아래에 설치되는 길고 두꺼운 목재 부재를 말합니다. 도리를 직접 받쳐주면서 기둥과 공포 사이의 힘을 고르게 전달하는 역할을 합니다.
쉽게 말하면 도리가 지붕의 무게를 받는 가로목이라면, 장여는 그 무게를 보다 넓게 분산하여 아래 구조물로 전달하는 중간 연결 장치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한옥은 대부분 못을 거의 사용하지 않고 목재를 맞물려 조립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집니다. 따라서 각각의 부재가 서로의 힘을 보완하며 균형을 유지해야 하는데, 장여는 이러한 구조적 균형을 만들어 주는 핵심 요소 가운데 하나입니다.
장여는 왜 필요한 구조일까?
한옥의 지붕은 생각보다 매우 무겁습니다.
기와, 적심, 산자, 서까래 등이 여러 겹으로 올라가기 때문에 상당한 하중이 발생합니다. 만약 이 무게가 도리에만 집중된다면 시간이 흐르면서 목재가 휘거나 손상될 가능성이 커집니다.
이때 장여는 도리 아래에서 하중을 넓게 분산시키며 다음과 같은 역할을 수행합니다.
- 도리에 집중되는 하중 감소
- 기둥으로 전달되는 힘의 균형 유지
- 공포 구조의 안정성 향상
- 처마 처짐 방지
- 건물 전체 구조 보강
덕분에 수백 년이 지난 한옥에서도 큰 변형 없이 형태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장여와 도리의 차이
장여와 도리는 함께 사용되기 때문에 같은 부재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역할은 다릅니다.
도리
도리는 기둥 위를 가로질러 놓이며 서까래를 직접 받쳐주는 구조재입니다. 지붕의 기본 골격을 이루는 가장 중요한 가로목입니다.
장여
장여는 도리 바로 아래에 설치되어 도리를 안정적으로 지지하는 보조 구조재입니다. 도리가 받는 힘을 넓게 분산시키고 공포와 기둥으로 전달하는 역할을 담당합니다.
즉,
- 도리는 지붕을 직접 받는 부재
- 장여는 도리를 안정적으로 받쳐주는 부재
라고 이해하면 됩니다.
장여는 어디에 설치될까?
장여는 일반적으로 공포 위와 도리 사이에 위치합니다.
위에서 아래 방향으로 보면 구조는 다음과 같습니다.
기와 → 적심 → 서까래 → 도리 → 장여 → 공포 → 기둥
이처럼 장여는 겉에서는 거의 보이지 않지만 지붕 하중을 안전하게 전달하는 연결 고리 역할을 수행합니다.
특히 다포식 한옥에서는 공포가 여러 겹으로 복잡하게 구성되기 때문에 장여의 중요성이 더욱 커집니다.
장여 제작에 사용되는 목재
전통 한옥에서는 내구성이 뛰어난 목재를 사용합니다.
대표적으로
- 소나무
- 금강송
- 적송
등이 많이 활용됩니다.
이 목재들은 강도가 높고 뒤틀림이 적으며 오랜 시간 하중을 견디는 특성이 있습니다.
또한 장여는 목재의 결 방향까지 고려하여 제작되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도 균열이나 변형이 적습니다.
장여와 공포는 어떤 관계일까?
공포는 처마를 길게 내밀기 위해 설치하는 구조입니다.
공포만으로도 하중을 분산하지만, 장여가 함께 설치되면 도리에서 전달되는 무게를 더욱 안정적으로 공포에 전달할 수 있습니다.
특히 궁궐이나 사찰처럼 처마가 긴 건축물에서는 장여가 없으면 구조적 안정성을 확보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문화재 한옥에서는 장여가 매우 중요한 전통 목구조 부재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현대 건축과 비교하면 어떤 역할일까?
현대 건축에서는 철골이나 철근콘크리트가 하중을 분산합니다.
반면 한옥은 대부분 목재만으로 구조를 완성하기 때문에 각각의 부재가 매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합니다.
장여는 현대 건축의 보강재 또는 하중 분산 부재와 비슷한 기능을 하지만, 못이나 철물을 거의 사용하지 않고 목재 결합만으로 안정성을 확보한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습니다.
이러한 전통 목조건축 기술은 오늘날에도 친환경 건축과 지속 가능한 건축 방식의 우수한 사례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마무리
장여는 한옥을 볼 때 쉽게 눈에 띄지 않는 구조재이지만, 도리를 안정적으로 받치고 지붕 하중을 분산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합니다. 덕분에 한옥은 무거운 기와지붕을 수백 년 동안 견디며 아름다운 형태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한옥의 가치는 화려한 외관뿐 아니라 보이지 않는 곳에서 서로 맞물려 힘을 나누는 전통 목구조 기술에도 있습니다. 앞으로 한옥을 방문하게 된다면 처마 아래를 한 번 살펴보세요. 눈에 잘 띄지 않는 장여가 우리 전통 건축의 뛰어난 기술력을 조용히 지탱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